RC카라고 하면 어린 시절 장난감 매장에서 보던 작은 자동차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리모컨의 레버를 앞으로 밀면 달리고, 방향을 틀면 움직이던 단순한 장난감 말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 다시 만나는 RC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깊다. 차체를 조립하고, 서스펜션을 세팅하고, 휠과 타이어를 바꾸고, 실제 오프로더처럼 범퍼와 루프랙까지 꾸민다. 특히 바위나 흙길을 천천히 통과하는 RC 크롤러(rock crawler) 분야에서는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가보다 어떤 장애물을 어떻게 넘어가는가, 그리고 실제 자동차에 얼마나 가까운 모습을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한 재미가 된다.
이 세계를 들여다보다 보면 Traxxas, Axial, Vanquish 같은 해외 브랜드와 함께 조금 낯선 이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국내 업체 H-TECH(에이치테크)이다. 다만 먼저 구분할 부분이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H-TECH는 RC 서보로 잘 알려진 Hitec RCD(하이텍)와는 다른 업체이다. H-TECH는 인천에 사업장을 두고 있으며 1/10 스케일 RC 크롤러를 중심으로 알루미늄 메탈 파츠, 비드락 휠, 범퍼, 롤케이지와 자체 HTB-10 제품군 등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H-TECH는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왜 RC를 새로운 취미로 알아보는 사람에게 흥미로운 브랜드일까.

01. H-TECH는 완성차보다 ‘RC카를 만드는 과정’에 가까운 브랜드이다
H-TECH를 단순히 RC 완성차 제조사라고 부르면 실제 모습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식 쇼핑몰을 살펴보면 핵심은 완성된 RC 자동차 자체보다는 크롤러를 꾸미고 성능과 구조를 바꾸기 위한 커스텀 파츠에 있다. 현재 공식몰에는 H-TECH 자체 제품과 함께 Traxxas TRX-4, Redcat Ascent, CEN Racing F450·F250, Vanquish H10 OPTIC·VRD·VS4-10, Axial SCX10 III·UTB10 Capra 등 다양한 플랫폼을 기준으로 제품이 구분돼 있다. 범퍼 하나에서 시작해 휠, 사이드스텝, 루프랙, 롤케이지까지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Traxxas TRX-4 Ford Bronco용 제품만 보더라도 알루미늄 메탈 루프랙, 리어 범퍼, 사이드스텝과 락레일, LED가 포함된 프론트 범퍼 등이 판매되고 있다. Axial SCX10 III CJ-7용으로도 사이드 플레이트와 스텝, 프론트·리어 범퍼, 스페어타이어 캐리어 같은 부품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RC 크롤러 취미의 특징이다. 완성된 자동차를 구입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기본 상태로 주행하다가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자동차로 바꿔나간다. RC카가 이동하는 장난감에서 손으로 완성하는 작은 자동차 프로젝트가 되는 순간이다.

02. 알루미늄과 CNC 가공 파츠가 H-TECH 제품에서 눈에 띈다
H-TECH의 제품 목록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CNC Aluminum, 즉 CNC 가공 알루미늄이다. RC 크롤러 커스텀에서는 플라스틱 부품을 알루미늄이나 금속 부품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자동차의 메탈 범퍼나 록슬라이더 같은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고, 부품 자체의 질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H-TECH 역시 Vanquish H10 OPTIC용 CNC 알루미늄 록슬라이더, 패널, 마운트부터 Traxxas TRX-4용 범퍼와 그릴, 다양한 크기의 알루미늄 비드락 휠 등을 전개한다. 공식 해외몰에서도 이러한 CNC 알루미늄 제품군을 별도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제품은 1.9인치와 2.2인치 비드락 휠이다. 단순한 바퀴처럼 보이지만 RC 크롤러에서는 자동차의 전체 인상을 크게 바꾸는 부품이다. 실제 오프로드 자동차에서 볼 법한 디자인을 축소해 놓은 듯한 형태가 많고, 옵셋과 크기까지 선택할 수 있다. 공식몰에는 일반 제품뿐 아니라 커스텀 제작 휠 카테고리도 마련돼 있다. H-TechProduct
그래서 RC를 즐기다 보면 조금 독특한 상황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하나 샀다”고 생각했는데 몇 달이 지나면 휠을 보고 있고, 어느 순간 범퍼를 비교하고 있으며, 결국 작은 육각렌치와 나사들이 책상 한쪽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키덜트 취미가 무서운 이유이자 재미있는 이유이다.

03. HTB-10을 보면 H-TECH가 단순한 부품 판매점과는 다르게 보인다
H-TECH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자체 카테고리인 HTB-10이다. 공식몰에서는 HTB-10을 First와 Second 계열로 구분하고 있으며, HTB-10 First에는 Vanquish H10, Vanquish VRD, Axial UTB10 Capra와 연계되는 제품들이 구성돼 있다. 관련 상품과 자료를 살펴보면 알루미늄 케이지와 패널, 핸들, 록슬라이더, 루프랙 등 하나의 차체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부품들이 이어진다. 해외몰 사용자 후기에서도 Vanquish VRD에 장착하는 HTB-10 First Aluminum Cage & Panel Set과 관련 부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형태는 일반적인 ‘교체 부품’과 조금 다르다. 순정 RC카에서 특정 부품 하나를 바꾸는 것을 넘어, 기존 섀시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차량 형태를 만드는 빌드(Build)에 가깝다. 실제 자동차에서도 같은 SUV를 가지고 오버랜드 스타일, 락크롤링 스타일, 캠핑 스타일로 다르게 튜닝한다. RC 스케일 크롤러 역시 비슷하다. 같은 섀시에서 출발해도 어떤 휠과 타이어를 선택하고 어떤 케이지와 범퍼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자동차가 된다. 그래서 RC 크롤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완성은 목적지가 아니다. 어쩌면 계속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취미이다.
04. 3D 프린터 파일을 공개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H-TECH를 살펴보면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하나 더 있다. 공식 해외 사이트에 Downloads 메뉴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HTB-10 First 인테리어 키트를 비롯해 2인승 버전, 케이지 인서트 패널, Vanquish Origin 루프랙용 파일, CJ-7 롤케이지용 3D 프린터 액세서리, Project IJ 케이지 관련 파일 등이 공개돼 있다. 과거 Redcat Ascent용 바디 마운트 자료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부분은 RC 취미가 최근 다른 메이커 취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완제품 부품을 구입하고 장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작은 인테리어나 마운트, 액세서리를 직접 출력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 도색까지 더하면 RC카 한 대가 자동차 취미이면서 동시에 조립, 디자인, 금속가공, 3D 프린팅, 사진 촬영을 아우르는 프로젝트가 된다. 그래서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면 RC 크롤러는 생각보다 잘 맞는 취미이다. 프라모델이 완성된 뒤 주로 전시하는 취미라면 RC카는 만들고, 움직이고, 다시 고치는 과정까지 즐기는 프라모델에 조금 더 가깝다.

05. 처음 RC카를 시작한다면 H-TECH 파츠부터 살 필요는 없다
여기까지 읽으면 멋진 알루미늄 휠과 범퍼부터 사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 처음 RC 취미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순서를 조금 다르게 잡는 편이 좋다. 먼저 자신에게 RC 크롤링이라는 방식 자체가 재미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크롤러는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는 RC와 상당히 다르다. 낮은 속도로 돌이나 경사면을 넘고, 타이어가 어디에 걸리는지 살펴보며 조금씩 스로틀과 조향을 조절한다. 속도보다 컨트롤과 코스 선택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부품 수급이 비교적 쉬운 1/10 스케일 RTR(Ready To Run) 크롤러 한 대를 선택해 기본 상태로 충분히 주행해보는 방법이 좋다.
그다음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타이어가 조금 아쉽거나, 차체가 바위에 자주 걸리거나, 순정 범퍼보다 다른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질 수 있다. 그때부터 휠, 타이어, 범퍼, 록슬라이더 같은 파츠를 하나씩 살펴보면 된다. H-TECH 공식몰이 Traxxas, Redcat, CEN Racing, Vanquish, Axial 등 차종과 플랫폼에 따라 파츠를 분류하고 있는 이유도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1/10 RC라고 해서 모든 부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매 전에는 자신의 차량 모델·버전·휠 규격·장착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좋다. 금속 파츠는 외관과 강성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만 무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모든 부품을 금속으로 바꾼다고 무조건 더 좋은 RC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행 성향과 무게 배분까지 고려하는 것이 크롤러 튜닝의 재미이다.
06. RC카는 어른이 장난감을 다시 즐기는 꽤 그럴듯한 방법이다
‘키덜트’라는 말에는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을 성인이 된 뒤 다시 즐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요즘의 키덜트 취미는 단순히 장난감을 수집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RC카는 그중에서도 상당히 능동적인 취미이다. 차를 선택하고, 조립하고, 부품을 바꾸고, 야외에서 직접 주행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본 뒤 다시 작업대에 올려 세팅한다. 작은 자동차 한 대를 중심으로 기계 구조와 디자인, 오프로드 자동차 문화까지 자연스럽게 관심이 확장된다. H-TECH의 제품군 역시 이런 RC 취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완성된 제품을 한 번 구매하는 방식보다는 자신이 사용하는 Traxxas나 Axial, Vanquish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휠과 범퍼, 케이지를 선택해 자신만의 한 대를 만드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인천에 사업장을 두고 국내 공식몰과 영문몰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RC 브랜드에 비하면 H-TECH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RC 취미 시장 안에 이런 전문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RC카를 단순히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면 H-TECH의 제품 목록을 한 번 천천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수십 개의 작은 금속 부품들이 결국 하나의 취미 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완성된 한 대보다 하나씩 바뀌어가는 한 대가 더 재미있을 수 있다
RC 크롤러를 시작한다고 처음부터 거창한 작업실이나 값비싼 커스텀 차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마음에 드는 크롤러 한 대를 고르고 가까운 흙길이나 돌길에서 천천히 움직여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다 “휠을 바꾸면 어떤 모습일까?”, “루프랙을 달아볼까?”, “직접 작은 부품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면 이미 RC 취미의 재미를 발견한 셈이다. H-TECH 역시 그런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브랜드이다. 어린 시절에는 RC카를 가지고 노는 것이 재미였다면, 어른이 된 뒤에는 RC카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Edited by J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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