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취미를 물으면 ‘등산’이나 ‘독서’라는 대답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요즘 20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반응이 사뭇 다르다. 게임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그다음은 헬스장이나 러닝 크루, 그리고 짧은 영상 콘텐츠 이야기로 이어진다. 취미의 개념 자체가 하나를 깊게 파는 것에서 여러 개를 가볍게 병행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설문·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 20대가 실제로 무엇을 즐기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런 흐름이 만들어졌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본다.

등산의 시대는 저물고, 게임이 1위로 올라섰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취미 조사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확인됐다.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등산’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게임’이 차지한 것이다. 뒤이어 운동·헬스와 등산이 공동 2위를 기록했고, 영상시청, 걷기, 음악감상, 독서, 골프, 낚시, 여행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순위만 놓고 보면 큰 변화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수십 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온 등산이 밀려났다는 것 자체가 여가를 즐기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로 읽힌다.
특히 게임은 연령이 낮을수록 여가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20대에서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친구·연인과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통로로 자리 잡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PC방이나 콘솔뿐 아니라 모바일 게임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하루 중 짧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꾸준한 인기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혹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짧게 즐기는 캐주얼 게임부터 친구들과 함께 팀을 이뤄 즐기는 온라인 게임까지,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이 흐름을 이해하려면 20대가 시간을 쓰는 방식 자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과 재택·유연근무 증가로 여가 시간의 총량은 늘었지만, 그 시간을 한 번에 길게 쓰기보다 짧게 쪼개서 쓰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졌다. 등산이나 낚시처럼 이동과 준비 시간이 필요한 취미보다, 원할 때 바로 시작하고 멈출 수 있는 게임이나 영상 시청이 생활 리듬에 더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인 이유도 함께 작용한다. 물가 상승과 자산 형성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큰 비용 없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취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실제로 20대는 취미 활동의 목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개인적인 만족’을 가장 많이 꼽는데, 이는 취미를 자기 관리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취미에 매주 평균 1~5시간을 투자한다는 응답이 많았고, 10시간 이상 투자한다는 응답도 적지 않게 나타나 취미에 대한 진지한 태도 역시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결혼·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사회적 변화도 영향을 준다. 혼자만의 시간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늘어나면서, 타인과의 일정 조율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취미에 대한 선호가 자연스럽게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20대의 진짜 취미는 ‘조합형’이다
한 가지 취미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취미를 동시에 즐기는 것도 요즘 20대의 특징이다. 대부분 2~3개의 취미를 병행하며, 야외 활동과 실내 활동을 적절히 섞어서 균형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평일에는 헬스나 러닝으로 몸을 움직이고, 주말에는 게임이나 영상 콘텐츠로 휴식을 취하는 식이다. 신체 건강과 정신적 만족을 동시에 챙기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취미의 종류도 눈에 띄게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등산, 독서, 영화 감상 정도가 대표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요리·베이킹, 원예, 악기 연주, 러닝, 클라이밍처럼 직접 참여하고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SNS에 취미 활동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보여줄 만한 취미’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여가 활동량 자체도 20대가 다른 연령대를 앞선다. 국내관광여행일수는 30대에 이어 20대가 두 번째로 많았고, 문화예술·스포츠 관람횟수는 20대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문화·여가 지출률 역시 39세 이하 가구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어도 경험에 투자하는 소비 패턴이 뚜렷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0대의 여가는 ‘아끼는 대신 즐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숏폼이 만든 새로운 여가 문화
빼놓을 수 없는 변화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다. 20대 대부분이 숏폼 영상을 시청하며,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가 주요 채널로 쓰이고 있다. 이제 숏폼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취미를 접하는 첫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운동법, 요리 레시피, 여행지 정보 같은 것들이 짧은 영상으로 먼저 소개되고, 관심이 생기면 실제 취미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새로운 유행이나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 역시 20대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 다만 관심을 실제 경험으로 옮기는 비율의 격차는 다른 연령대보다 작은 편인데, 이는 관심이 생기면 비교적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는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렌드를 처음 접하는 경로 역시 유튜브와 SNS가 압도적이며, TV·방송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이런 흐름 때문에 취미 관련 정보를 기획할 때도, 긴 글보다는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 콘텐츠로 먼저 접근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요즘 뜨는 신흥 취미들
전체 순위에는 아직 잡히지 않지만, 20대 사이에서 눈에 띄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취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러닝: 혼자서도, 크루와 함께도 즐길 수 있다는 접근성 덕분에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록을 앱으로 관리하고 SNS에 공유하는 문화와 맞물리면서 인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 클라이밍: 실내 클라이밍장이 늘어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짧은 시간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 베이킹·홈카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주변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취미로 자리 잡았다.
- 원데이 클래스: 도자기, 캔들, 플라워 등 짧은 시간 안에 완성품을 얻을 수 있는 클래스형 취미가 꾸준히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취미들의 공통점은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도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오래 매달리지 않아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짧고 빠른 리듬에 익숙한 20대의 생활 방식과 잘 맞아떨어진다.
성별에 따라 선호도는 조금 다르다
같은 20대라도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취미에는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남성은 게임, 축구·야구 등 스포츠 관람, 운동·헬스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편이고, 여성은 걷기, 요가, 음식·베이킹 관련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이런 차이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 대체적인 경향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는 성별과 관계없이 게임과 숏폼 콘텐츠는 20대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게임과 숏폼 중심의 소비가 계속되면서도,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직접 몸을 움직이거나 손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오프라인 취미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러닝 크루나 클라이밍, 베이킹 클래스처럼 ‘함께 모여서 하는’ 형태의 취미가 젊은 층 사이에서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취미가 다른 취미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적인 활동과 동적인 활동이 함께 어우러지는 방향으로 여가의 지형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나 제품을 기획하는 입장이라면, 20대를 하나의 취향으로 묶기보다 이런 조합형 여가 패턴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게임처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요소와, 러닝이나 클래스처럼 직접 참여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함께 고려한 콘텐츠라면 더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취미를 보면 그 세대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무엇에서 만족을 찾는지가 드러난다. 지금 20대는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취미를 우선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조합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게임 한 판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고, 주말 러닝과 평일 숏폼 시청을 오가는 사람도 있다. 하나의 정답이 있다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지금 20대가 취미를 대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조합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dited by J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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